아이에게 이제 더 이상 나무집을 사주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 출간 예정이라는 나무집을 구매신청하고 말았다.


윗글이 벌써 한달여전에 쓴 글이네요.

처음 13층 나무집을 사주고 아이가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계속 26층 39층 나무집을 사주던중 내용이 만화 비슷하게 되어 있어서 아이가 영어로 된 원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때마침 아이가 학교 과제로 읽는 책의 수준을 보니 이제는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동안 읽었던 원서들을 주문하여 아이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손도 대지 않더군요. 내심 많이 실망하기도 해서 아이에게 티를 많이 내었고 이제는 원서를 먼저 읽지 않으면 번역서를 안 사주겠다고 했더니 읽겠다고 약속해서 104-Storey treehouse를 사주었는데 역시 읽지 않더군요. 결국 그냥 실망만 안고 낙담해서 이제 네 맘대로 하라고 그냥 번역서는 사주겠다 했더니 미안한듯 읽겠다고 하더니 이틀만에 읽어버렸습니다. 그냥 그림만 본거 아닌가 싶어 내용을 물어보니 다 이해하고 읽은것 같진 않아도 대충 내용은 이해한 수준으로 읽었네요.

그리고 몇 일 후 104층 나무집을 읽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사는 그런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도 너무 깊은 실망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아이의 이야기를 하기전에 잠시 조카이야기를 먼저 해봐야겠습니다.

제가 고민한 아이의 성장에 대한 롤 모델이 바로 그 조카아이니까요.

30년전 누나가 조카를 낳았습니다.

우리 집안의 첫 아이이자, 집 주변 골목에서도 간만의 아이가 태어났던거였죠.

간만에 아이가 동네에 나타나자 아이는 집에서 뿐만아니라 동네에서도 사랑받는 아이로 커갔습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는 집안이기 때문에 집안에서의 사랑이야 말할것도 없었죠. 그때는 그런말이 없었지만. 조카바보, 손주바보란 말이 그때도 있었다면 바로 우리가족을 말하는거였을겁니다. 덕분에 아이는 30년전에는 해보기 어려운 여러가지 운동들 다 해볼 수 있었죠. 

수영이나 태권도 같은건 기본이고, 스키, 수상스키, 스케이트 등등 요즘이야 흔히 해볼 수 있지만 그때는 쉽지 않았던 운동들을 상당수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공부야 조카의 엄마 즉 저의 누나가 열심히 붙들고 공부시킨덕에 항상 전교 10등 내를 유지했죠. 

성격은 사랑많이 받고 자라면 저렇구나 싶게 바르고, 리더쉽도 좋은 아이로 커갔습니다.

하지만 계속 좋을 수는 없었던건지 고2때부터 성적의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기대했던 서연고는 물건너가고, 서울 소재의 이름을 예전부터 들었던 대학에 들어가고, 1년 재수하여 약대에 진학을 했죠. 

그 과정을 보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줘야겠고, 운동도 많이 시키고, 공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0년전 저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동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많은 고민도 하고 육아서도 읽으면서 나름 대로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1. 다양한 표현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자

2. 건강한 아이로 키우자.

3. 아이가 중학교에 가기전까지는 과도한 선행학스은 시키지 말자.

4.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자.

정도였죠.

첫번째 아이의 다양한 표현을 위해서 아이에게 발레를 가르쳤죠. 그런데 원하는 표현보다는 아이가 춤을 좋아하는 계기만 되었네요( ^^; ). 그리고 몇가지 악기를 배웠습니다.


두번째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여기서 말하는 건강한 아이는 물론 튼튼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살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 , 힘들때 그런 일들을 건전한 방법으로 해소시킬 방법을 갖은 아이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벌써 4년째 스케이트를 타고 있고, 수영도 배우고 있죠. 아마 아이에게 몊가지 운동을 더 가르키려고 합니다. (큰 재능을 갖고 있진 않아서 그냥 취미로만 시킬 예정입니다.)


세번째, 선행학습문제는. 거의 안시키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학습에 관한 부분은 좀 어긋나 있긴하네요. 아이가 4살때 별다른 교육 없이 한글을 때었죠. 그래서 제가 약간 흥분을 했던것 같습니다. 덕분에 학습지를 하게 되었죠. 아직까지는 성적을 위한 유일한 부분인것 같네요. (최근 영어를 위해 화상영어를 하긴합니다.) 그리고 맞벌이로 아이를 일찍부터 케어할 수 없었던 관계로 사립학교(방과후가 공립에 비해 늦은 시간까지 돌봐주는)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사립학교는 선행학습과는 직접적인 관계야 없지만, 그래도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하여 학교에 있는 시간은 길어졌네요.(위에 언급한 이유 때문이지만요.) 그래도 아이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교육비에는 허리가 휘네요 ㅜ.ㅜ)


네번째는 당연 사랑 많이 주고 있고, 간만에 나온 그것도 우리집안에 유일한 딸이라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사촌오빠들도 엄청 사랑해주고 있습니다. 뭐 사촌오빠들과는  10살 이상씩 차이나서 거의 보디가드 수준이죠.


그렇게 10년을 나름 계획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아이를 키워왔고 그에 아이도 잘 따라왔습니다. 아이는 아빠를 좀 엄하지만 친구같은 아빠로 대하고 있으니 지금까지는 크게 나뿐 아빠가 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를 위해 집과 좀 떨어진 유치원(수영장이 있는 일반 유치원을 보내려다보니 집 바로 옆에는 없어서), 초등학교를 보내다 보니, 주변에 친구가 없어서 그냥 집밖에 혼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너무 없다는것이 아쉽습니다. 아이가 정말 자유롭게 잘 놀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부분은 잘 되지 않은것 같아요.


이제 아이가 10살이 넘었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발육상태가 좋아서 조만간 사춘기가 오려합니다. 지금까지는 아이 태어날 때 했던 계획에 따라 키워왔는데 아이의 사춘기가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할지 잘 감이 안오네요. 아이 때야 그냥 부모의 의견에 잘 따라 주었지만, 사춘기에는 나름의 의견과 반항들이 있을텐데. 어찌 해야할지 고민만 되네요.

아이에게 강압적인 아빠이고 싶진 않은데. 최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그렇게 되는것 같아 걱정이 자꾸 앞서네요.


아직은 아이에게 사춘기가 오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동안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제가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중 한가지가 바로 아이의 추억을 남겨주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사진이 얼마만큼 쌓이다 보니 그것을 앨범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해마다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몇년동안 해마다 진행을 하다보니 왠지 숙제같은 느낌이 들어서 올해는 무엇가 변화를 주는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시작한것이 2010년이니 그동안 앨범 제작 환경도 좀 바뀌었을것 같아서 우선 앨범 제작 방법에 대해 다시한번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하나도 변한것이 없더군요. 심지어 제가 5년전에 검색하여 만든방식을 올린글이 아직도 검색되어질정도이니 좀 더 편한 방법으로 앨범을 만드기는 그냥 포기를 해야겠더군요.

결국 맥에서는 아이포토나 어퍼처(내년에는 아마도 포토즈가 되겠죠?)로 앨범을 만들어서 이미지를 추출하고 그 추출한 이미지를 앨범제작 사이트 올려서 앨범을 제작하는 방식뿐이네요.(언젠가 애플스토어가 들어오면 바로 포토즈에서 앨범을 만들수 있겠죠?)

그래서 방식을 바꿀수 없으니 앨범 제작 업체를 바꾸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가장 첫 앨범은 찍스에서 만들었는데 이후 좀 큰 앨범을 만들려고 하니 마음에 드는 앨범 사이즈가 없기도 하고 결과물이 좀 마음에 안들어서 미오디오라는 업체에서 2011년부터 스폐셜 여행 앨범까지 네개의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미오디오는 크기도 다양하고 결과물도 좋은 편이었지만 어퍼처에서 지원하는 기본 사이즈보다는 세로 사이즈가 많아서 항상 커스텀사이즈로 만드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 


어느날 코엑스 전시회 메일이 왔는데 때마침 스냅스라는 회사가 지원을 하는 내용이 있어서 들어가보니 사이트도 괜찮은것 같고 어퍼처에서 제공하는 사이즈의 앨범들이 많이 있는것 같아서 이번에는 이 업체에서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대상 앨범 크기를 찾아 보았습니다. 전 일단 10 이상의 사이즈를 선호하는 편인데 아쉽게도 세로 사이즈는 A4외에는 적합한 사이즈가 없더군요. 대신 10*10 사이즈가 있어서 선택을 하고 어퍼처에 왔더니 왠걸 어퍼처에서 제공하지 않는 사이즈네요 ㅜ.ㅜ 그래도 이미 제작을 마음먹은 사이즈인지라 그냥 커스텀사이즈를 지정하고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한 일주일동안 선별된 천여장의 사진을 다시 재배치하여 앨범으로 만들고 이미지 JPEG로 추출을 했습니다.(슬프게도 우리나라 업체들은 다 TIFF를 지원하지 않네요) 

여기서  스냅스가 좋았던 점은 기본 페이지 이상은 페이지 단위로 추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오에서는 10페이지던가 12페이지던가 단위로 추가가 가능했는데 페이지 단위로 만들수 있다보니 몇페이지를 더 추가할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미오에서할때는 모자를까 많은까하는 고민을 해가면서 만들었거든요) 만들 수 있었네요. 그리고 타 업체들에 비해서 앨범 제작 시간은 많이 짧았습니다.

보통 일주일은 걸렸는데 스냅스는 4일이 안걸렸던것 같아요(주말이 끼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뭐 결과물은 아무래도 스냅스가 가장 최신것이어서 가장 좋았던것 같지만 아주 큰 차이는 아닌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세로 크기의 대형 앨범은 미오디오가 정사각 사이즈는 스냅스가 더 좋은것 같고요. 아무 많은 페이지를 앨범으로 만들때는 스냅스가 더 합리적인것 같네요. 끝으로 어느 업체나 앨범 제작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물론 맥에서는 무용지물 ㅜ.ㅜ) 앨범 업로드를 위해 간단하게 써본 느낌은 다들 비슷한것 같아요. 프로그램이란 해마다 업그레이드가 잘 되는 항목이라 이전 업체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것 같고요. 스냅스도 편집이나 다양한 아이콘을 추가하기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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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이가 학습지 수학 문제를 푸는것을 도와주다가 아이의 문제 푸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숫자를 세는 문제였는데 H로 생긴건 7 사각상자모양은 8,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것을 첫줄을 그냥 눈으로 보고 합산을 한다음 수를 세는것이었다. 즉 첫줄에 4개가 있으면 4, 5,6,...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그렇게 학습지 선생님에게 배웠다하니 그렇다고 한다. 아이엄마도 장모님도 아이가 문제를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것이 더 좋고 당연하지 않냐고 이야기한다. 물론 패턴에 의한 학습은 정형화된 문제를 빠르게 푸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면 아이의 주의가 충분하지 않는한 문제를 틀리기 쉽다.  놀란 마음에 그렇게 하면 안되지 않냐고 하니 처형이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 아이가 60초에 45문제를 푸는 시험을 본다고, 그런데 문제를 읽고 글씨를 또박또박쓰면 문제를 풀시간이 모자른다고 한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 처형의 아들 즉 나의 조카는 나름 초등학교 1학년 치고는 학업 성취도가 좋은 아이이고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서도 칭찬이 자자한 아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조차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시키고 있고 그것을 당연하다는듯이 말하는 처형의 모습도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난 초등학교에서의 수업은 바름을 배우는 때라고 생각한다. 바르게 쓰고, 바르게 읽고, 바르게 이해하는 그런 일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르게 쓰고 읽기는 커녕 빠르게 쓰고 빠르게 읽기만을 강요하는 그런 시험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아이들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들고 싶어서인가? 

하도 기가 막혀서 그런 학교는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니 처형이 대안학교나 보내야 되겠단다. 

내가 오버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대안학교에나 가야 기계 로봇같은 아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이 문제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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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트윗에 질문을 한번 올려보았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다들 그런건지.

답변을 보니 문제풀이 연습을 할때 그런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것 같았지만 그렇게 시험을 보고 방과후 수업까지 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을것 같았다.

새학년이 되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지난 학년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히 들려오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작년에 그 선생님을 만난건 아이에게 축복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이에게 워낙 잘해주셔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일화를 말하기 전에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해보면 작년에 처음 유치원에 간 아이는 그동안 어린이집이나 기타 단체 생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유치원초 긴 결석으로 적응을 잘 못한 아이를 아이의 선생님의 지극한 관심과 배려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작년 스승의 날 즈음이 그런 아이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유치원에 적응을 하고 잘 지내기 시작한 시기였고 그런 선생님에게 고마움에 선물을 드리려고 했는데 현실이 그런것을 용납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아마 그렇게  아이에게 지극한 정성을 보여주는 선생님을 앞으로도 흔히 만나긴 어려울듯하다. 

작년 학기초에 한 아이가 방과 후 자신의 가방을 챙기지 않고 선생님에게 해달라고 했던것 갇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이에게 왜 스스로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아이가 스스로 가방을 챙기도록 하였다. 하지만 그 아이도 꽤나 고집을 피운듯하다. 그런 대치 시간이 길어지자 옆반 선생님들도 모여들고 원장선생님도 오시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의 선생님은 주변의 상황은 쾌의치 않고 계속 아이에게 스스로 해야함을 설명해 주었고 30분이 넘게 대치한 끝에 그 아이가 스스로 가방을 챙길 수 있도록 한것 같다. 화를 낸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꽤나 끈기를 갖고 설득을 한것 같아 보였다. 일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그 아이의 엄마도 그것에 대해 매우 대단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선생님도 그러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선생님들까지 모두 모여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설득하고 있는 일은 정말 어려운일일것 같다. 아마 그냥 아이 엄마가 하게 해두던지 그냥 선생님이 해버렸을것 같다. 아이가 유치원에 적응을 못할때도 아이가 유치원차에 타기전에 선생님이 통화를 하기로 약속하신 이후로는 아이가 유치원에 적응할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주셨고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바로바로 연락을 주셨다. 덕분에 아이의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었고 아이가 빠르게 다시 유치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을뿐아니라 매우 모범적인 아이가 되었던것 같다.(별명이 꼬마 보조 교사이니 말이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스승의 날이 돌아 온다. 예전에도 글에 쓴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좋은 선생님을 내 맘대로 만날수는 없는것이고 선생님은 만나지는 것이다. 작년 아이의 선생님은 아이에게 좋은 만남이었고 축복이었다. 다행히 올해 만남 선생님도 좋은 분이라고 들었다. 아이에게 앞으로도 이런 좋은 축복이 계속 되었으면 싶다.

주말에 처형네 식구들과 함께 워터파크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길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왠지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조카 아이가 나름 똘똘하기도 하고, 잘해내겠다는 욕심도 있는 아이여서 선생님들에게는 아주 모범생으로 벌써부터 칭찬이 자자한듯하여 나름 샘도 나고 기분도 좋기도 하였다. 그런 조카의 모습을 잘 기억해두고 처형에게 이야기해주는 선생님의 모습도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좋은 선생님이고 아이들을 의욕있게 가르치시는 모습은 좋았지만 과연 그럴필요까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하나가. 이제 학교 생활을 2개월 남짓 시작한 아이들에게 시험을 보고나서 '실망'했다는 표현을 했다는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동일한 학업 성취도를 보일수는 없는것이고 부모가 미리 선행학습을 시킨 아이거나 항상 같이 돌보는 아이도 있을것이고 그렇지 못해 겨우 겨우 학교 수업만 따라가는 아이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제 겨우 2개월 정도 수업을 받은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성취도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기에 아이들에게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재시험을 치르게 한것인지 궁금했다.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성취는 나름 중요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학업수준이 낮은 아이들을 끌어올리는것에 과연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남을 이야기를 하면서 해야하는것이었는지 그 선생님의 언행이 아쉽기만 하다.

둘째는 등교시간이다. 조카가 학교에 8시40분까지 등교를 해야한다고 해서 왜인가 했더니 선생님이 수업 20분전부터는 책을 읽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아침에 20분은 매우 큰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수업준비를 위한 책 읽기라.. 그저 아이들이 얌전하고 공부만 하는것이 필요한것인지 그런것만을 원하는것인지 궁금했다.

세째는 쉬는시간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쉬는시간이 언제인지 잘 모를것이라고 했다. 이유인즉 쉬는시간에는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동영상을 틀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 즉 '자유'시간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학교 생활에 익숙하지 않고 장난많은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아이들을 고정된 틀 속에 가두어두고 원하는대로 움직이려는 꼭두각시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끝으로 아이가 학원수업을 모두 마치고 들어오면 7시반이란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말이다. 물론 요즘 태권도 승급 심사때문에 태권도장에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엄마에게 내 아이는 한주에 두종류 이상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했더니 철모르는 아빠의 이야기라는듯한 처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창조경제니 뭐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틀에 박히 답만을 줄줄 외는 그런 사람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읽은 블로그의 글에 '혁신을 낳기 위해서 ‘아주 이상한 사람’을 응원하자' (출처:http://estima.wordpress.com/2013/04/21/henjin/)라는 글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이런것에 뭐라할 자격은 없는듯하다. 아이를 선행학습 시키지 않겠다고 해 놓고는 아이엄마의 의지를 꺽지 못하고 벌써 아이에게 학습지를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를 그냥 세상이 원하는 답안대로의 삶을 살게 할것인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삶을 개척해가게 도울것인지 그것은 참 어려운 문제다.

오늘 업체에 직출을 하게 되어 조금 늦은 출근이 가능해져서, 아이가 유치원차에 타는곳까지 데려다주기로 전날 약속을 했었다. 그 작은 일에 너무나도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아이에게 진정 해주어야 하는것이 무언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아빠들이 그러하듯이 나역시 아이에게 이런 저런 장난감이나 책들을 사주기 좋아하고 때론 아주 고가의 장난감을 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항상 그다지 기뻐하는 모양은 아니었다. 그냥 선물을 받았다는 즐거움 정도? 하지만. 아이와 작은 시간이나마 함께할때 아이의 모습은 그런 장난감따위를 받았을때와의 표정과는 사뭇달랐던것 같다. 아마 아이가 커가면서 비싼 선물들을 더 좋아하게 될 날이 오긴 하겠지만. 지금 이순간에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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